걷고싶은길

구불거리는 산길의 묘미 – 속리산 법주사 오리숲길

세상의 속도에 맞추며 사는 데 익숙해진 우리들. 가끔은 나만의 속도로 걸으며 차분하게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속리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법주사까지 이어지는 오리숲길은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한적하여 모처럼 걷기의 즐거움에 빠지고 싶은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상쾌한 솔 향기를 맡으며 부드러운 흙길을 걷다

속리산은 우리나라 팔경(八景) 중의 하나로 태백산맥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나온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솟아 있다. 784년(선덕여왕5년)에 신라의 고승 진표(眞表)가 이곳에 이르자 밭을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고,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속세를 버리고 진표를 따라 입산수도 하였다는 데서 ‘속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속세와의 경계를 짓는다는 이름의 속리산은 말티재를 그 관문으로 둔다. 말티재는 그리 높지 않은 고갯길이지만, 봄날의 벚꽃과 침엽수림으로 이어지는 고개는 그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자연의 품으로 들어왔음을 느끼게 한다. 불교에 심취했던 조선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를 찾을 때 어가가 행차할 수 있도록 얇은 박석을 깔았다고 하여 ‘박석티’라고도 불린다.

속리산 법주사 오리숲길 코스는 속리산시외버스터미널부터 법주사까지 왕복 4.6km 정도로 걷기 초보자가 걷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는 거리다. ‘오리숲길’이라는 이름은 사내리 상가거리부터 법주사까지의 거리가 10리(4km)의 반인 5리(2km) 정도 되기 때문에 붙여졌다. 오리숲길의 가장 큰 매력은 싱그러운 침엽수림의 냄새를 맡으며 숲길 옆에 만들어진 황톳길을 맨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 조금도 서두를 것 없이 눈으로는 초록빛 나무를 보고, 코로는 상쾌한 솔 향기를 마시고, 귀로는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자연에 취해 천천히 걷다 보면 키 큰 소나무와 함께 법주사 일주문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일주문을 지나면 속리산 계곡에서 이어지는 사내천을 따라 흙길 자연관찰로가 나온다. 자연관찰로에는 소나무·전나무·잣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빽빽하게 있으며, 길 곳곳에는 숲 이야기, 속리산의 동물들 이야기, 참나무·단풍나무·소나무 이야기 등 16개의 주제로 이루어진 해설판을 설치되어 있어 길을 걷는 이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준다.

그리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키 큰 소나무숲길을 지나고 작은 다리를 건너면 그 유명한 법주사가 나온다. 법주사에서 법주사 팔상전(국보 제55호)을 비롯한 수많은 문화재와 수령이 약 800여 년이나 된 천연기념물 103호로 지정된 정이품송까지 보고 나면 오리숲길 걷기 코스는 끝이 난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맞게 된 싱그러운 봄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싶다면, 속리산 법주사 오리숲길을 걸어보자.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글. 송유진 사진제공. 보은군청, 법주사

볼거리1 법주사

법주사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에 의신이 천축으로 구법 여행을 갔다가 돌아와 창건한 절이다. 혜공왕 12년에 창건했고, 모악산 금산사를 중창한 진표율사가 중창하면서 큰절의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오층목탑 형식의 법주사 팔상전(국보 제55호)과 석련지(국보 제64호), 쌍사자석등(국보 제64호)이 있다. 그밖에 망개나무(천연기념물 207), 까막딱따구리(천연기념물 242),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207) 등 627종의 식물과 344종의 동물이 서식한다.

볼거리2 정이품송

정이품송
정이품송은 나이가 약 600살 정도로 추정되는 소나무이다. 이 소나무가 정이품송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세조 10년(1464)에 왕이 법주사로 행차할 때 타고 있던 가마가 이 소나무 아래를 지나게 되었는데, 가지가 아래로 처져 있어 가마가 걸리게 되자 소나무가 자신의 가지를 위로 들어 왕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했다고 한다. 또 세조가 이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리하여 세조는 이 소나무의 충정을 기리기 위하여 정이품(현재의 장관급) 벼슬을 내렸다. 그래서 이 소나무를 정이품 소나무라 부르게 되었다.

먹을거리 1 산채약초비빔밥

산채약초비빔밥
속리산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는 다양한 식당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많은 메뉴는 단연 산채비빔밥이다. 특히 산채약초비빔밥에는 스물두세 개의 산나물과 약초가 들어가 있어 입맛 없는 봄에 식욕을 돋우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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