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의사인 저에게 남녀노소 구분 없이 가장 많이 찾아 오는 환자는 무릎이 불편하신 분들입니다. 그 중에 유독 할머님들이 많으신데, 저는 그분들을 진료 하면서 살아온 인생애기를 듣고 배우게 되면서 할머님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무릎이 불편하셔서 제 앞에 계시지만, 이 분들은 여성으로 태어나 가정을 돌보고,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고, 수많은 일들은 해내신 위대한 여성입니다.

진료과정에서 뵙는 표정, 말씀, 몸짓에서 이제까지 살아오신 인생이 보입니다. 평생 자식을 위해 사셨고, 수술 일정을 상담하면서도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마음을 쓰십니다. 할아버지,아들, 딸, 사위, 며느리, 손주를 챙기시고, 입원해서는 전공의와 간호사를 자식처럼 대하시고, 옆 병상의 환자분들을 걱정해주십니다. 수술과 진료를 받으시면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의 치료에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십니다. 제가 수술을 해드린 할머님들 중에는 제 어머님, 장모님, 큰 이모님, 큰 외숙모님도 계시기에 더더욱 할머님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해드린 환자분들을 보면, 관절염으로 불편 해 하시다 이런 저런 치료를 받으시다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진료방을 들어오시면서 첫 대면을 하게 됩니다. 대개의 경우 걷는 것이 불편하시기 때문에 걸어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는 것 부터가 진료의 시작입니다.
절룩거리시는 분, 지팡이에 의지 하시는 분, 휠체어로 들어오시는 분. 물론 표정은 통증 때문에 밝을 수가 없습니다. 대개의 경우가 안짱다리의 모습으로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입니다. 이어지는 문진에는 그 동안 치료 받으신 기왕력들을 확인하고, 진찰대위에 누워서 진찰을 합니다. 관절염의 통증으로 무릎을 다 펴지 못하거나, 구부리지 못하십니다. 하지만 수술이 끝나고 퇴원 후 어느 정도 회복을 하셔서 외래를 들어오시는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저는 감히 새로운 인생을 사신다고 표현 드리고 싶습니다.

밝아진 얼굴표정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오시면서 “안녕하셔요?” 하고 인사하시는 모습은,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하고, 스스로도 의학의 힘을 대견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이것이 제가 정형외과 중에서도 무릎수술을 전공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술 후 정기적인 진료로 1년에 한번 씩 다녀가실 때는 무척 반갑습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물으면, 입원 당시에 뵈었던 보호자 분들도 반가워하시고, 밝아진 얼굴로 환하게 웃으십니다. 나가시다 부끄러워하시며 “고마워요!”라고 하시는 말씀이 제 가슴에 찐하게 와 닿습니다. 간혹 1년 사이에 경작하신 거라고 가져오신 찹쌀, 참기름, 깨소금, 한라봉 등의 깜짝 선물들은 제가 더 몸들 바를 모르게 합니다.

반면 관절염이 많이 진행되어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시면 좋아질 수 있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를 보면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또 수술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결정을 못하거나 일부는 주변에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은 분들을 보시고 걱정하시는 분들입니다.

제가 이런 분들에게 늘 드리는 말씀은 이렇습니다. 비용에 관해서는 관절염으로 이제까지 들어간, 앞으로도 들어갈 비용을 합하면 수술비용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사실과 인공관절 수술로 관절염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환자분들이 수술 후 통증에 대해 걱정을 하시는데, 요즈음 수술에 관한 통증에 대한 치료는 마취부터 수술 후 무통주사, 전기로 하는 운동 기구 등으로 수월해졌습니다.

또한, 수술 결과에 대해서는 환자의 95%이상이 만족을 하는 수술입니다. 그래서 수술 받으신 분들이 주변에 불편하신 분들께 권유를 하고 계십니다. 제게 수술을 받으시고 주변에 권유를 해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외래진료를 받으러 오시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무릎 수술을 전공한 정형외과의사로서 제가 바라는 것은 우리나라 모든 할머님들이 관절염의 고통에서 해방되셔서 밝은 표정으로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시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우리나라 할머님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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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종헌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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