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에 가면 핑크빛의 브로슈어를 만날 수 있다.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장에 관한 기본 정보가 알기 쉽게 담겨 있어 환자들은 물론 의료진 사이에서도 인기다. 이 브로슈어는 김경수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에 의해 생명을 구한 한 환자에 의해 제작됐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김용범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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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용범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스승의 날을 앞두고 들이닥친 심장 고통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한 시각은 밤 10시 30분. 고통을 참다 못해 한양대학교병원을 찾은 시각은 새벽 2시. 급성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김용범 교수의 수술이 시작됐다.

“심장을 위에서 짓누르고 옆에서 찢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었죠.”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김용범 교수의 표정에서 긴박함이 느껴졌다.

새벽에 연락을 받고 달려와 수술을 집도한 이는 심장내과 김경수 교수. 그의 신속하고 정확한 시술 덕분에 막힌 혈관이 뚫리자, 김용범 교수에게 이내 평안함이 밀려 왔다.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둔 날이었다.

제자들의 꽃보다 아름다운 재능기부

소식지-2013_11-12_김경수_2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72학번 출신인 김용범 교수는 모교의 문화콘텐츠 학과를 신설하고 이끌어 온 장본인이다. 교수 임용 전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몇 편의 소설과 극작품을 발표한 작가이기도 하다.

“글 쓰는 사람에게 영혼의 양식이 뭔 줄 아세요? 술, 커피, 담배죠” 라고 운을 뗀 그는 급성심근경색 발병 전날까지 매일 담배 3갑을 태우고 소주 2병을 마셨다고 했다.

호탕하고 건강했던 교수님의 갑작스러운 수술 소식에 놀란 문화콘텐츠학과 제자들의 병문안이 이어졌다. “제자들이 올 때마다 심근경색에 대해 설명해야 했어요. 관련 지식도 없는데다 하루에도 여러 번 같은 말을 반복하니까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묘안을 떠올린 김용범 교수는 제자들에게 과제를 냈다. 심장내과를 찾은 환자와 일반인들을 위한 가장 쉽고, 따뜻한 브로슈어를 기획하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제작은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모바일콘텐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현덕 대표가 맡았다. 비용 역시 제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했다. 신현덕 대표는 “스승의 날을 맞아 김용범 교수님께 드리는 선물이자, 심장내과 김경수 교수님을 비롯한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꽃다발보다 훨씬 의미 있는 일이었죠”라고 말했다.

브로슈어 1,000부를 선물 받은 심장내과 김경수 교수는 “정성이 가득한 아주 예쁜 카드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의사로서 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무척 감동적이었죠. 브로슈어를 받은 많은 분들도 같은 느낌일 겁니다” 라고 소감을 말했다.

내 인생의 모멘텀, 의지와 열정 갖게 해

김용범 교수는 급성심근경색 수술이 인생의 ‘모멘텀(방향 전환)’이었다고 전한다. 급성심근경색 수술이 회복될 무렵, 검진으로 직장암 3기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용범 교수는 “그 날 새벽에 응급실로 실려오지 않았다면 직장암도 발견되지 못했을 겁니다. 이제 정년이 5년 남았는데 그 기간 동안 제자들을 열심히 가르치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앞으로 한양대학교병원을 위한 문화 특강 등 다양한 재능기부도 이어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질병을 맞닥뜨리면 절망에 빠지기 쉽죠. 하지만 저처럼 긍정적으로 받아드린다면 반드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라는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글. 곽한나 사진. 박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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