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드나드는 것부터가 환자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삶이라고 여기는 윤여경(60) 씨는 벌써 두 번째 연임된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동문회장이다.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한양대학교병원 간호과장으로 퇴임하기까지, 그리고 아내와 엄마로 살아오는 동안 내주기만 했던 사랑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더라는 깨달음을 후배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그걸 알고 나니 인생이 좀 더 깊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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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살아있는 집, 그리고 주인장

집은 사람을 반영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 집의 주인장은 분명 사랑이 차고 넘치리라. 따뜻함은 물론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어우러져 흐르는 곳에 자리한 집 앞 너른 공터, 사람보다 먼저 반기는 것은 버려진 고양이들이다. 주인장이 마음 놓고 들고나라고 만든 집만 셋 채다. 예닐곱 마리의 고양이들은 주인장이 제 때 챙겨주는 먹이로 길 위의 삶을 청산하고 새끼까지 낳았다. 이제 막 어른 주먹 크기를 벗어난 새끼 고양이 ‘쿠키’의 첫 번째 겨울나기가 걱정된 주인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기를 반복한다. 참으로 세월을 곱게 먹는 윤여경 씨다. 낯선 손님을 맞는 표정이 보드라운 풀밭 같다.

익살스러운 눈사람이 서 있는 작고 낮은 대문을 들어서니 여러 마리의 개들 소리가 들린다. 개들 또한 아픈 과거를 지닌 유기견이다. 주인장의 끊임없는 사랑에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개들과의 소통은, 그래서 누구나 수월하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귀히 여기며 살아가는 윤여경 씨의 집은 주인장의 인생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하다. 미국에서 자식들 뒷바라지 할 때 큰 위안이 되어 준 개 럭키의 무덤이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어려운 고비 때마다 의지가 되어 준 성모마리아의 목에는 목도리가 온기 있게 둘러져 있다. 집 밖 풍경이 이러하니 집 안 풍경의 온도는 말할 것도 없으리라.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었을 법한 공간은 복층 구조로 훤하게 트여 있다. 어디 한 곳 막힘이 없다. 그리고 천정과 사방으로 난 큰 통 유리 창과 작은 창으로 자연이 들어와 있다. 차경(借景)인 셈이다. 꽃 피는 계절 이 집에서 자식들의 혼례도 치렀다. 그러면서 집은 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지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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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우고 낮아져야 해요”

양평에 위치한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윤여경씨의 삶은 느긋하지 못했다. 한양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수십 년 간 간호사로 일해 왔고, 그 사이 결혼해 야무지게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했다. 그리고 얼마 동안 자식의 교육을 위해 미국 살이를 했는데, 지금 그 자식들이 잘 자라 의사인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수간호사 시절이 가장 행복했었다는 윤여경 씨는 변화의 힘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불러오는 지를 그때 알았다. 그리고 그 시절 누구보다 따뜻한 간호사였다. ‘진심으로 정성을 다하면 통한다’는 단순 명료한 진리를 매우 소중히 여긴 까닭에 환자와 동료 모두로부터의 신임도 두터웠다. 그것이 바탕이 된 것일까.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윤여경 씨는 두 번이나 연임을 하며 아름다운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기부로 나눔의 손길에 동참했고, ‘발전 후원 바자회’ 를 통해 뜻 깊은 학교발전 기금도 마련해 전달했으며, 한양대학교구리병원에 그랜드피아노를 놓아주기도 했다. 또 장학회 기금도 긍정적이고 융통성 있게 운영하고 있다.

아직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윤여경 씨는 지금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노인간호학’을 연구하기 위해 그 동안 꾸준한 노력을 해왔는데 이제 좀 구체적으로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회가 된다면 교도소의 젊은 친구들과도 만나 넘치는 사랑을 전하고 싶다. 윤여경 씨의 이와 같은 삶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또 다른 꿈을 꾸고 실천해가는 선배에게 후배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윤여경 씨는 민망한 듯 이렇게 말한다. “더 비우고 낮아져야 해요” 라고.

글.손미경(자유기고가)·사진.김선재

[인생예찬] 한양대학교의료원의 임직원이 만들어가는 ‘의미’있고 ‘흥미로운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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