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만일 글이 없었다면 시인은 사진작가가 되었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그만큼 어떤 사진은 글보다 더 큰 감동을 주며, 시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한다. 사진을 찍는 이가 잡아내는 찰나의 순간은 찰칵대는 셔터 소리만큼 아름답고 자유롭다. 이런 사진의 매력을 일찍 알아버린 송순영 교수는 마음이 동할 때 어디로든 카메라를 둘러매고 향한다.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담고 싶어서 말이다.

다이내믹한양_송순영 교수

카메라는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

송순영 교수가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캐나다 학회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였다. 창가에 앉아 있는 그에게 자리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했던 동료는 창 밖 풍경을 열심히 찍더니 슬쩍 내밀었다. ‘멋있다’라는 생각이 든 동시에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스쳤다. 그렇게 돌아와 누구에게 묻지도 않고, 익숙한 브랜드여서 믿음이 갔던 SONY DSLR 카메라를 입문용으로 구입했다. 때는 2007년 봄,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인 DSLR 열풍이 불고 있었다.

처음 6개월은 혼자 낑낑대며 찍어봤죠. 하지만 초보가 독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친구가 활동하던 동호회에 가입했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빼앗겼지만, 재미있었죠. 아이들이 재미있는 장난감을 갖게 되면 푹 빠져 놀 듯 저에게는 카메라가 장난감이었어요.

영상의학과 교수인 그는 사진을 보고, 판독하는 게 일이다. 때론 주변에서 맨날 사진을 보는데 지겹지도 않느냐고 묻곤 한다. 하지만 그는 웃으며 말한다. “사진은 내 마음 가는 대로 좋아하는 것들을 찍고 무엇보다 판독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재미있는 놀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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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만들어 내는 ‘결정적 순간’

카메라를 사면 1년 동안 보통 1만 컷의 사진을 찍기도 어렵다. 찍고 지울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이기에 셔터를 누르는 망설임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는 카메라를 구입한 첫해, 5만 컷이나 찍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곳을 다니고, 찍었을지 상상만해도 놀랍다. 풍경사진을 주로 찍는 그는, 날씨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늘이 파랗고, 맑은 날이면 사진의 색감이 좋을 수밖에 없는 법. 더군다나 모처럼 쉬는 날이라면 집에 있을 수 없는 날이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일기예보를 꼭 챙기는 버릇, 하늘을 쳐다보게 되는 버릇이 생겼어요. 이른 새벽, 하늘에 파란 기운이 보이면 어김없이 차를 몰고 나가죠. 일출을 찍기 위해 일산인 집에서 가까운 영종도, 강화도는 물론 새벽 4시에 북한산에 오를 때도 있어요. 한 때는 야경에 빠져서 한강 다리로 퇴근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해가 떨어진 직후의 야경이 진짜 아름답거든요. 하늘의 파란 기운과 반짝이는 불빛이 만나는 그 타이밍을 맞추려고, 아침부터 틈만 나면 하늘을 올려다보고 좋은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죠.

북한산 정상에서 운해를 찍고 싶어 새벽 4시에 랜턴을 들고 등산길에 오른 게 10번이 넘고, 안개 낀 두물머리에 볕이 드는 모습을 찍고 싶어 양평을 거쳐 병원으로 출근하던 날도 있었다. 동해에 일출을 찍으려고 퇴근하고 나섰다가 잠시 눈 붙인 휴게소에서 해 뜨는 것을 보기도 했다. 남들이 볼 때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도, 그에겐 결정적인 순간을 찍기 위한 여정일 뿐이다.

사진은 나에게 기억의 저장소

다이내믹한양_송순영 교수_2지금 애용하는 카메라는 4년 전 새로 구입한 SONY A900. 그와 함께 곳곳을 누비며,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많이 담아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듬해인 2008년부터 블로그(happysnapper.tistory.com)의 문을 열고 차곡차곡 아름다운 기록을 남기고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멋진 사진 한 장이라도 그에게는 추억이며, 기억이 저장된 순간이다.

“사진 한 장만 봐도 그때의 날씨, 상황, 감정들이 떠올라요. 사진 속에 숨겨진 모든 순간이 다 내 것이 되었다는 기분 좋은 느낌, 그렇게 추억을 쌓아간다는 생각이 들죠. 산정상에서 찍은 해 뜨는 사진 한 장에는 내가 오르던 산길, 맑은 공기, 상쾌했던 기분 모든 게 담겨 있죠. 갯벌에서 찍은 어떤 사진에는 딱딱한 줄 알고 터벅터벅 들어갔다 푹 빠져버려 당황했던 추억이 담겨 있고요.”

송순영 교수에게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하며 풍경 사진을 찍고 싶은 꿈이 있다. 히말라야에 별이 쏟아지는 밤, 파인더를 통해 보는 또 다른 세계는 언젠가 그만의 사진이 될 것이다. 반짝이는 별을 보며 꿈꾸는 소년처럼, 그에게는 해와 달, 별도 산도 언제나 추억하고 싶은 순간이다. 그 순간을 추억으로 만들기 위해, 어제를 기억하고 오늘을 가슴 뛰게 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 앞으로도 송순영 교수의 카메라 셔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글. 전진 사진. 정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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