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과 한양대학교의료원의 아름다운 동행

8년 전 한양대학교병원 성형외과 안희창 교수를 위시로 결성된 ‘아동산회(아름다운 동행 산악회)’는 매달 셋째 주 토요일이면 특별한 외출에 나선다. 하상복지관(서울 강남구 개포동 소재)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산행을 통해 색다른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까닭.

가을향이 절정에 달한 10월, 혼자가 아닌 여럿이라 더없이 행복하다는 그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맞잡은 두 손 사이, 행복 차곡차곡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한양대학교의료원의 아름다운 동행어느덧 제87차 정기 나들이를 갖게 된 아동산회. 오늘은 휴양지로 인기 좋은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일대를 가볍게 둘러볼 예정이다. 명동성당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해 한양대학교의료원 임직원들이 대거 참여한 덕일까, 안희창 교수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드디어 ‘아름다운’ 팀 하상복지관 시각장애인들과 ‘동행’ 팀 비장애인들이 일대일 짝을 이뤄 탄생한 50개조가 가지런히 열을 맞춰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 도착한 곳은 인근 산정호수. 각종 주의사항부터 정경 묘사에 이르기까지, 해당 장소에 대한 모든 정보가 파트너 왼편에 선 동행 팀원들로 하여금 상세히 전달된다.

‘곧 오르막길입니다. 앞에 야트막한 돌부리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어요!’, ‘잠자리 두어 마리가 날아다니네요!’, ‘주변으로 알록달록 색을 입은 낙엽들이 흩날리고 있어요’, ‘호숫가로 오리배가 한가로이 떠다니고 있네요’, ‘코스모스가 양쪽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요’.

파트너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찰나, 아름다운 팀원들 시야로 갖가지 소재들이 하나의 깜짝 이벤트처럼 등장한다. 어둠을 가르고 마주한 찬란한 세계다.

“아름다운 팀원들이 사시사철 변하는 풍광과 묘미를 간접적으로나마 여실히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지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동행 팀원들이 받게 되는 선물이 더 큽니다. 벅차오르는 감동과 잊지 못할 추억, 주어진 여건에 감사하는 방법 등 형용할 수 없으리만치 경이롭답니다.”

안희창 교수의 투철한 사회공헌 정신에 감탄해 작년부터 아동산회 일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는 박미라 간호과장(인공신장실)은 이렇게 덧붙인다. 10살에 세균성 뇌막염을 앓아 시력을 잃은 여성 파트너를 바라보는 박미라 간호과장의 눈빛에 깊은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다리도 불편한데 시종일관 표정이 너무 밝아 ‘힘들지 않느냐?’ 물었더니, 제 파트너가 ‘평생을 누워 천장만 쳐다봐야 하는 전신불수 환자들에 비하면 나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대답하더라고요. 매번 배워가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나눌 수 있는 우리가 선택받은 존재

일각에서는 억새꽃 축제가 한창이다. 북적이는 인파에 아름다운 팀원들이 행여 놀라지는 않을까 걱정한 안희창 교수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간다.

억새풀로 장식된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소원을 빌면 성취된다는 속설 때문인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내 파트너에게 억새 한 줄을 뽑아 건네는 안희창 교수. 동년배로 보이는 남성 파트너의 얼굴이 금세 아이처럼 환해진다. 안희창 교수의 권유로 아동산회에 가입해 처음 현장에 나와 봤다는 이재현 학생(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도 새로운 경험에 만감이 교차하는 눈치다.

바람 쐬러 간다는 생각에 며칠씩 설레어 옷이며 화장에도 잔뜩 신경 쓰게 된다는 아름다운 팀 어머님들을 보면,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구나 싶어 더 칭찬해드리고 있습니다. 우매하게도 앞을 볼 수 없으면 당연히 치장에 소홀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거든요.

박미라 간호과장도 얼마 전 범한 실수를 조심스럽게 공개한다.

한양대학교의료원의 아름다운 동행“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아래 붉은빛 꽃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별안간 제 파트너가 난감한 기색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거예요. 출생 이래 단 한 순간도 무엇인가를 본 적 없는 선천성 녹내장 환자더군요. 충격이었어요. 그동안 얼마나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단편적 사고로 살아왔는지를…….”

산책 도중 쉼터에 모여 앉아 준비한 간식과 담소를 나누는 아동산회. 이제는 오히려 아름다운 팀원들이 동행 팀원들을 먼저 챙긴다. ‘더불어 사는 멋과 가치’를 몸소 정의해 보이는 아동산회야말로 진실한 삶을 여는 진정한 동반자다.

  ( 글. 이소영·사진. 펀 스튜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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