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대한민국 인증대상 의료인증 대상’을 수상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박경남(75) 원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외길 인생을 걸어왔음에도 한두 장으로 이력을 요약하기 어려운 것은 단 한 순간의 시간도 헛되이 쓰지 않았다는 증거이며, 생명을 살리는 소명을 부여 받은 이의 각별한 인생철학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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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장의 이력서 그리고 한 장 반의 주요경력

‘의사’라는 외길 인생을 걸어왔을 뿐인데 지나온 삶을 이력서로 기록하니 무려 여덟 장에 이른다. 그것을 압축하고 또 압축하니 한 장 반의 분량이 ‘주요경력’ 으로 재정리되었다. 어느 이력에서는 가슴이 뭉클하고, 또 어느 이력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묘한 울림이 있다.

수십 년을 지켜온 아침 7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이렇듯 대부분의 시간을 진료실에서 지냈음에도 환자들의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던 시절이 요즘 들어 부쩍 생생하게 떠오르곤 한다. 그때 박경남 원장은 퇴근하는 동료 의사들의 뒷모습을 매일 2층에서 바라보았고, 후배들을 위해 강단에도 섰으며, 한 사람의 생명을 더 살리기 위해 공부와 연구를 끊임없이 했었다.

그리고 그 뒷심이 되어 준 것은 ‘조금의 헛된 시간도 허락치 않는다’는 강한 의지였다.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의 이력이 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72년에서 2001년까지, 한양대학교병원에서의 30여 년

“의사로 막 출발했을 때 내가 크게 놀란 것이 두 가지였어요. 우리나라에 위장병 환자가 너무도 많다는 것과 내시경 연구가 매우 뒤처져 있다는 것이었어요. 일본, 미국 등에서 열린 소화기 관련 학회를 두루 다니면서 너무도 절실히 깨달았지요.”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군과 기타 다른 병원에서 경험을 쌓은 박경남 원장은 한양대학교병원 시절을 각별하게 여긴다. 그 곳에서 내시경의 권위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시경 하나로 많은 위장병 환자들을 진료했고, 위암 직전 혹은 위암임을 잡아내어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왔다. 물론 게 중에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달리한 이들도 있다.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 준 그들을 생각하면 크게 기뻐할 수도 또 크게 슬퍼할 수도 없는 애매한 감정의 경계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낮추고 열심히 사는 데 소홀하지 않은 박경남 원장이 가장 ‘환자에 의한 환자를 위한 의사’가 된 것은 1972년에서 2001년까지다. 그때가 바로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쉴 새 없이 환자를 돌보던 시절로 이력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니 당연히 한양대학교병원에서의 30여 년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활동적인 시기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대화를 통해 세심한 진료를 하는 의사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개원 멤버로 시작해서 퇴직 순간까지 진료를 했던 박경남원장은 지금 서울 삼성동에 개인병원인 ‘박경남 내과의원’을 열고 오랜 경험과 사랑으로 여전히 의술을 펼치고 있다. 이전보다 더욱 낮아진 자세로 환자를 돌보며, 더 많은 시간을 환자들에게 할애한다.

요즘 박경남 원장의 진료 시간은 좀 긴 편이다. 환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 한 명 한 명이 더욱 특별하고 귀한 인연으로 여겨진다. 환자들은 그와 같은 박경남 원장을 두고 “참으로 세심하게 진료하는 의사”라고 칭한다. 또한 공부와 연구를 여전히 병행하고 있는 까닭에 나이로 인한 퇴보가 없다.

image새롭거나 꼭 배워야 할 것이 있으면 젊은 후배들 틈에 앉아 공부를 하고, 다양한 서적과 경험을 토대로 신개념의 치료 방법을 연구한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박경남 원장의 말 속에서 우리가 우리 시대에서 원하는 의사의 모습을 재차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분야만 공부하면 안돼요. 진정한 의사는 통찰력 있는 진료를 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 몸은 하나부터 열까지 연계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미국 조지 워싱턴의 흔적을 찾아 갔을 때, 그가 말한 그 유명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이라는 문구 앞에서 결심했었지요. ‘환자에 의한 환자를 위한 의사가 되자’고 말입니다.

글/손미경 자유기고가 사진/안호성

[인생예찬] 한양대학교의료원의 임직원이 만들어가는 ‘의미’있고 ‘흥미로운’ 삶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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