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꿈은, 꿈으로 간직하고 있을 때 더 아름다운 것이라고 조언한다. 현실과 이상은 전혀 다르다는 게 그 이유. 한양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정태성 계장은 “도대체 왜?”라고 반문한다. 아마추어 록그룹 ‘정(情)밴드’의 보컬로 활약하며 현실과 이상 두 마리 토끼를 전부 거머쥔 그의 아름다운 열정 속으로 들어가 보자.

image

오, 경이로운 생生이여~

가을장마가 시작된 어느 일요일 저녁. 정태성 계장을 만난 곳은 공연마니아라면 누구나 안다는 소극장 롤링홀(마포구 서교동)이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록그룹 ‘정(情)밴드’가 아주 특별한 행사에 참여하게 된 까닭.

“인천에 위치한 장애 영·유아 시설 <동심원>을 후원하기 위한 자선콘서트가 열리는 날이거든요. 저희를 비롯해 직장인 밴드 셋이 함께하고, 수익금은 전액 기부됩니다. 조만간 한양대학교병원 소아병동을 위해서도 따스한 시간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정태성 계장이 ‘정(情)밴드’ 결성을 결심하게 된 것은 8년 전, 인근의 한 클럽에서였다. 농익은 에너지를 있는 힘껏 폭발시키는 한 록그룹의 공연을 본 후 명치끝이 형용할 수 없으리만치 찌르르해져 도저히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고. 생계를 꾸리느라 까맣게 잊고 산 지난날들의 열망이 다시금 용솟음친 순간이었다.

“되든 안 되든 우선 해보자, 이 한 가지만 생각했어요. 도전한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는 중요했으니까요. 이런저런 여건들에 연연하고 미루기에는 세월이 너무나 아까웠어요. 그간 열심히 살아왔으니, 이젠 조금 쉬어가도 괜찮겠다 싶었고요. 제 생애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결정이었습니다. 하하하!”

한 달이면 2~3회에 걸쳐 무대에 오를 만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정(情)밴드이지만, 현재가 있기까지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리더로서 음악적 개성이 강한 멤버들의 의견을 하나로 취합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 그렇지만 정태성 계장은 한 번도 힘들다 여긴 적이 없었다.

“음악을 하지 못하고 지냈던 시절, 그 공허와 슬픔이 얼마나 큰 지 익히 경험하고 난 다음이었으니까요. 그에 비하면 소소한 마찰쯤이야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죠. 또 밴드가 성장하려면 이러한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해요. 지금은 서로 얼굴만 봐도 속을 다 알 수 있을 정도죠.”

 

Everybody, Stand Up!

image
덕분에 정(情)밴드는 실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게 됐다. 유수의 직장인밴드대회들에서 끊임없이 우승트로피를 차지했고, 최근에는 KBS 2TV 인기 프로그램 ‘탑(Top)밴드 시즌2’에 출전해종합 2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수이자 작곡가 유영석 씨가 당시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무대’라는 심사평을 해주셨어요. 감동적이었죠.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유명인사답게 정(情)밴드는 팬들도 참 다양하다. 특히 중장년층의 지지가 대단하다. 잠재의식 속 청춘을 일깨우고 대변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정(情)밴드야말로 그들에게 있어 로망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는 자작곡으로 구성된 정규앨범도 출시할 계획이다.

“저희 공연이 있는 데라면 어디든 달려와 주시던 한 형님 팬이 계셨어요. 항상 맨 앞에 앉아 저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열렬히 응원하던 열혈 팬이었죠. 고마운 마음에 보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멤버들과 상의 끝에 형님이 평소 좋아하신다는 곡들을 연습해 깜짝 공개하기로 했어요. 근데, 정작 공연 날 형님이 안 오셨어요. 아쉬웠지만 바쁘신가보다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후에도 계속 안 보이셨어요. 영 이상해서 수소문을 해봤죠. 저희가 형님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한 바로 그날, 급성간경화로 갑자기 돌아가셨다더군요. 그 소식을 듣고 아픈 가슴 가눌 길이 없어 멤버들과 몇날 며칠을 울기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情)밴드에게 그 형님은 여전히 힘이 되는, 최고의 팬이랍니다.”

드디어 정(情)밴드가 무대에 오를 차례.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정태성 계장이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멤버들과 마지막 점검에 나선다. 하얀 스크린이 올라가고 정(情)밴드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자 거센 환호성이 장내를 가득 메운다.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일어서 강렬한 비트에 몸을 싣는 관객들. 화려한 조명이 정태성 계장의 파워풀한 헤드뱅잉 위로 눈부시게 흩어진다.

하드록의 진수를 몸소 펼쳐 보이는 정(情)밴드 속 정태성 계장.
그는 영락없는 로커다.

글 이소영 / 사진 성종윤

592 total views, 1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