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끝나지 않는다. 멈추는 것은 단지 우리 마음에 난 길일 뿐이다. 이항락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참으로 끈질기게, 그리고 치열하게 정진하는 사람이다. 전도유망했던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학생시절,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노라고 했다. 멀쩡하게 잘 가던 길에 유턴 곡선을 그리며 의과대학으로 발을 디딘 까닭은 더 큰 꿈에 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항락

“우리 병원이 지대가 좀 높잖아요(웃음). 강의실을 오가며 24시간 환히 불 켜진 병원 건물을 올려다보면서 그야말로 청운의 꿈을 품게 된 것 같아요.”설령 꿈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멀고 험난할지라도, 한 번 사는 인생, 기왕이면 남들에게 도움을 주며 존경 받는 삶을 살고 싶었다는 말에 힘이 실린다.

image“모교의 교수가 됐다는 건 정말이지 엄청난 영광이자 보람이 아닐 수 없지요. 제 다음 꿈은 한양대학교병원과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국내 최고의 병원과 의과대학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치료법 개발의 초석을 마련하고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기초연구의 산실로 한양대학교병원이 우뚝 서는 날까지 멈추지 않고 정진하는 것이 모교를 지키는 교수로서 자신이 해야 할 당연한 임무라고 했다. 그러니 이 남자라면 믿고 따라도 좋다.

이항락 교수의 연구는 숨을 쉬고 밥을 먹는 일상처럼 꾸준히 진행된다. 속 편하게 만드는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은 물론이고, 관련 연구를 책으로 출간해 치료법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최근 3년 동안 20여편의 논문을 써낸 그다. 관련 질환 치료에 있어 누구보다 무기가 많은 셈이다.

지난 겨울에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ESD연구회 회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장기별 치료 요령, 병리 판독, 치료 후 경과, 시술기구 사용법, 관련 약제 사용 등 ESD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의학서적 《소화관종양 내시경 치료술의 실제》를 출판했다. 그뿐인가.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장연구학회, 대한소화관운동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소화관운동학회 학술위원,대한상부위장관학회 전산정보위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학술간사 등을 맡아 꽉 찬 하루하루를 살며 연구실 불을 밝히는 참이다. 

늦깎이, 그래서 더 견고한 시간

image 겸손이 도를 지나친 사람이다. 이런 데 이름을 올리기에 자신은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라며 난처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한참이나 벌 세운 이항락 교수는 지켜야 할 원칙은 하늘이 두 쪽 나도 행동에 옮기는 성격 탓에 마흔둘 나이에도 지인들에게서 잔소리 꽤나 들으며 산다.

공인된 에너자이저이기도 하다. 거절하는 법을 잘 몰라 하나 둘 떠맡게 된 번거로운 일들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완수해내는 덕분에 생긴 별명이다. 무식해 보인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월등하던 체력도 나이를 먹어가며 서서히 평준화되고 있는 것 같아 자못 걱정된다는 너스레에 미소가 고였다.

“가뜩이나 장점이 없는 사람이 단점만 자꾸 느는 것 같아 큰 일이에요. 사실 가장 큰 단점은 따로 있지요. 제 딴엔 잘해본답시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검토하는 습관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일의 진행이 두 배로 더딘 편이에요. 아마 우리 스태프들 모두 저 때문에 적잖이 답답할 겁니다(웃음).”

그 답답한 의사를 찾아, 전국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린다. “헝가리에서 의대에 다니던 20대 초반의 남자 환자가 위암 초기에 저를 찾아왔어요. 내시경을 통해 무사히 암세포를 절제해 건강을 되찾았는데, 수술 전에 이 친구의 아버지가 꼬깃꼬깃한 편지 하나를 제게 건네더군요. 투박한 손 글씨로 꾹꾹 눌러쓴 장문의 편지 안에는 ‘부인과 사별하고 홀로 어렵게 키워 의대에까지 보내놓은 소중한 아들인데, 이렇게 잃을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만 믿습니다’라는 말이 적혀 있었지요.” 믿고 찾아와 생명을 맡기는 환자들에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365일 비슷한 풍경 같지만 어느 하나 같지 않은 숭고한 일상 속에 그저 온 힘을 다하는 일일 뿐이다.

‘속 편한 세상’만든다

image좋은 병원에는 우선 명의가 있어야 하겠다. 그 뒤에 믿을 수 있는 첨단장비까지 갖춰져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세상의 많고 많은 소화기내과와 비교하면 섭섭하다. 각 분야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의료진의 협진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에는 실력파 의료진이 각종 첨단기기를 기반으로 전문적인 치료와 시술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위장관 출혈 치료, 종양 절제, 식도·위 확장술, 담도 결석 제거술, 담도배액술 등 내시경을 이용해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게 되면서 최근 소화기내과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내시경 수술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어감에 따라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게 사실입니다. 수술 방법, 수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내시경 수술 성과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학제간 진료와 함께 꾸준한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전 의료진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는 까닭입니다.”

소화와 흡수를 담당하는 장기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관할하다 보니 할 일은 끝도 없다.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는 98년 소화기병연구소를 설립해 진단 및 분자 생물학적, 생화학적 연구와 역학 조사 및 소화기 질환의 통계·계몽 사업과 학술 교류 활동을 펼치며 소화기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살면서 한 번쯤 배가 아프다는 등의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화기내과 질환은 한국인에게 가장 잘 발병하는 질환입니다. 조기에 진단된 암 덩어리를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 대신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가 있습니다.”

물론 손도 쓰기 전에 갈 데까지 가버리는 야속한 질환도 있다. 발견될 당시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등 전신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 수술 시기를 놓치는 환자도 많다. 소화기내과는 특히 사람 목숨 왔다갔다하는 곳이다. 최선을 다해 치료해도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곳이 병원일 터.

“제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원칙이 하나 있어요. 설령 내 환자가 죽더라도, 환자 가족을 만났을 때 떳떳할 수 있는 의사가 되자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말 그대로 온 힘을 다해 진료에 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시경으로 수술할 수 있는데도 개복수술을 받는 ‘과 치료’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으로 간단히 수술할 수 있습니다. 흉터 없이 빠르게 수술이 가능하고, 합병증 가능성도 적어 내시경 수술은 많은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조기 위암이나 식도암 등 소화관에 생긴 암 조직을 내시경 기구를 이용해 절제하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의 경우, 치료내시경기구로 종양만 절제하기 때문에 외과수술과 달리 장기의 기능을 보존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고, 수술 후 합병증도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혹독하고도 긴 시간들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이곳에 그가 찾던 바로 그 ‘존엄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병원 이름값’ 한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일할 맛 난다는 그는 더 넓은 시야로 미래를 준비하며 대한민국 소화기학을 발전시키는 주춧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글/윤진아 사진/김선재

[안녕하세요,선생님] 한양대학교의료원 의료진의 ‘喜怒哀樂’, 의사로 살아가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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