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와 열정이 가득한 젊은 의사 원영웅 한양대학교구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패기와 열정이 가득한 젊은 의사 원영웅 한양대학교구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아직 경력도 짧은데 병원 소식지에 나가기에 좀 이르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원영웅 교수는 처음 인터뷰 요청을 받고 솔직히 심적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기왕 해야 할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말하며 웃는다. 이제 전공의 10년차에 접어든 그가 오랜 경력의 선배님들 앞에 나서려니 조금은 쑥스럽고 부담스럽기도 했을 터. 그러나 그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의사로서의 사명감, 환자를 대하는 진정성이 크게 와 닿아 새삼 ‘물리적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보통 의대에 진학하게 되는 계기는 처음부터 의사의 꿈을 키워왔거나 혹은 성적 우수생들이 당연히 선택하는 코스가 대부분. 학창 시절, 물리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공대에 입학할 예정이었던 원영웅 교수가 의사가 된 계기는 다소 독특하다.

“고등학생이었던 당시 <종합병원>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었어요. 우연히 TV를 보다가, 의사라는 전문직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3 여름방학 때부터 의대로 방향을 틀었죠.”

담임선생님을 위시해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결국 지금 의사가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인연이라는 것은 따로 있는가 보다.
현재 원영웅 교수가 몸담고 있는 혈액종양내과는 빈혈·백혈병·림프종·혈액세포·지혈 등과 관련 있는 혈액내과와 폐암·위암 등 종양내과와 함께 암 치료의 전반적인 것을 내과적인 측면에서 관리하는 과이다. 그는 평소 진로를 생명과 연관된 과를 하고 싶어 내과를 선택하게 되었다는데, 대학병원 교수는 당연히 학문 연구나 학생 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첫 번째는 환자 진료가 최우선이라 여기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명의’라고 칭송 받는 선생님들은 환자를 잘 본다고 해서 이를 자랑하거나 크게 내세우지 않으십니다. 의사로서 해야 할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죠.”

환자를 잘 보고 진료 잘하는 의사가 꿈인 그이기에 환자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는 혈액종양내과로의 선택은 자연스러운 이끌림이었다.

환자 진단부터 임종까지 책임지는 사람

원영웅04첫 진단부터 마지막 임종의 순간까지 환자를 지켜보고 책임져야 하는 혈액종양내과의 특성상 담당 의사는 숱한 이별과 가슴 아픈 순간을 맞이하고 또 보내야 한다. 원영웅 교수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의사는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가끔 생기기도 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고 말한다.

“평소 건강하게 지내시던 분이 건강검진을 받다가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 증상도 없고 아프지도 않은데, 의사가 암 진단을 내리니 얼마나 놀라고 당황하시겠어요. 그분들을 만나 진단 사실을 알리고 위로해 드리는 가운데 앞으로 있을 예후라든지 치료방법에 대해 가급적 상세하게 알려드리려 합니다.”

케이스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처음 암 진단에서 임종까지 환자와 의사는 2년 정도 짧은 기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처음 건장했던 모습에서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는 동안 점차 상태가 안 좋아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고, 결국 임종하는 순간까지 감내해야 하기에 혈액종양내과 의사라는 자리가 가진 무게는 무척이나 무겁고 힘겹다.

환자의 마지막 2년을 가장 가깝게 보는 이로서, 원영웅 교수는 한 분 두 분 떠나보낼 때마다 이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되지만, 가끔 ‘다 나를 두고 가는구나’ 싶은 쓸쓸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고 말한다. 환자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 것이 전공의 초반에는 무척 힘들고 버겁게 느껴졌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조금은 덤덤해지기도 했다는 원영웅 교수. 그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보니 ‘내가 저 상황이라면……’ 하는 감정이입이 어느 때보다 자주 생기곤 했단다.

패기와 열정이 가득한 젊은 의사 원영웅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혈액종양내과“일반적으로 임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심폐소생술 문제에 있어, 현재 우리나라는 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하지만 저는 환자 본인에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되도록이면 환자분에게 병명을 솔직하게 알려드려 환자가 자신의 병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왜 치료해야 하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위암 판정을 받은 70대 초반 환자분이 계셨는데 건장한 체격에 굉장한 멋쟁이셨어요. 그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임종 순간을 지켜드렸는데, 마지막까지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나의 역할이다’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환자와 의사가 서로 깊이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은 아마 규모가 큰 대학병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 진심으로 임한다’는 신조

95학번. 실제로 보기에도 원영웅 교수는 상당히 젊어 보였고, 병원 내에서도 ‘젊은 의사’라는 별칭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혹시나 환자들의 오해를 살 때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그의 생각은 어떨까?

다른 분야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도입해 앞서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 의사는 경험적인 부분이 커서 실제로 연세가 있는 의사들이 우수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학교병원’이라는 생각보다 ‘내가 있는 병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제가 몸담고 있는 병원에서 맡고 있는 부분만큼은 다른 병원보다 앞서나간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열정이 가득한 젊은의사 원영웅연구나 교육 부문에서는 아직 배우는 단계라 조금 늦을 수 있지만, 진료 분야만큼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고 또 경우에 따라 앞서 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그의 말에 ‘젊은 의사’가 가진 자부심과 패기가 엿보여 기분이 좋았다.

혼자서 종횡무진 혈액종양내과를 이끌어가며 하루 24시간을 부지런히 달려온 결과, 원영웅 교수는 얼마 전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개원 17주년 기념 총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간 노력한 것을 인정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이른감이 있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란다. 상이 주는 막중한 책임감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다.

“혈액종양내과는 환자 한 분을 위한 다각적 치료가 가능하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가 최선의 치료 방법을 모색하고 치료 후 계획까지 준비해야 하는 등 모든 것을 조율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를 하는 것이 주된 임무란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내과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병원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우리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드높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는 원영웅 교수. 얼마 전 읽었다는 책의 한 구절로 그와의 만남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누구나 변화하길 원하고 누군가 해주기를 원하지만, 실질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며 실질적으로 변화해야 할 대상 또한 자신이다.

( 글. 이용규·사진. 펀 스튜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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