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어 가운데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라는 표현이 있다.

몇 년 전 어린이와 청소년이 열광했던 TV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한 멘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늘 김순길 한양대학교구리병원장을 만나면서 문득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유행어가 다시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가치 중에서 정의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는 그. 공명정대한 가운데 늘 감사의 마음을 품고 사는 가슴이 따뜻한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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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정치가를 꿈꾸던 소년기

심장내과 전문의로서 수많은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온 지 어언 27년이 지났지만, 소년 시절 김순길 병원장의 꿈은 정치가였다고 한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처럼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기대감을 불어넣고 싶었던 것이 소년의 꿈이었다. 하지만 점차 머리가 굵어지면서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내 미련 없이 그 꿈을 접게 되었다.

“어린 소년이 위인전에서 읽은 케네디, 처칠의 사상과 그들이 이룬 업적에 열광하면서 잠시 정치가가 되어야겠다고 소망하기는 했었죠. 하지만 중학생이 되어 나름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되면서 곧바로 그 꿈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청렴결백한 사람이라도 정치를 하려면 권모술수를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죠. 어린 나이였지만, 그 당시에도 내 소신대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의사를 선택하게 되었나 봅니다.”

정의가 인생의 최대 가치였던 소년 김순길에게 내가 올라서기 위해 남을 깎아내려야 하는 정치가의 생리는 도저히 맞지 않았던 것. 그래서 든 생각이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의료 환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의사는 ‘자유업’이었다고 말하는 김순길 병원장. 내 자유의지로,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무엇보다 양심에 거리끼는 일없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직업이 바로 의사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내과 의사였던 선친의 영향을 받은 것이 크겠지요. 하얀 가운에 청진기를 매고 늘 진료실에 틀어박혀 계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제 유년 시절의 전부였어요. 가족들에게는 무심한 가장이었지만 동료 의사들로부터는 크게 인정받는 실력 있는 내과 전문의셨거든요.”
늘 병원 일에만 매달려 있던 아버지가 어린 마음에 서운하기도 했었다는 김순길 병원장은 요즘 점점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웃는다.

소중한 인명을 살리는 일이 의사의 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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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의사의 길을 가기로 진로를 결정한 후, 김순길 원장은 전공 분야를 선택하면서 조금의 주저도 없었다. 내과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우수한 심장내과 전문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정치가가 되기를 포기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의 유일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의사라면 다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클 것입니다. 저 또한 내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폭넓은 지식과 방대한 이론적인 배경을 갖추고 평생 공부해야 할 학문이 내과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특히 심장내과의 경우 역할이 큰 데 비해 전문의 수가 많지 않아 조금 서운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활동범위가 더 넓어지는 만큼 각광 받는 분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리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어찌 보면 냉혹하게 들리겠지만 우리 인생은 곧 무수한 질병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학적인 문제로 사망하는 경우 그 원인의 1/3을 차지하는 것이 고혈압, 심부전증, 심근경색증, 고지혈증 등 심뇌혈관 질환인 만큼 심장내과 전문의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가중되리라는 것이 김순길 병원장의 생각이다.

“의사의 본분은 인명을 살리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을 제일 많이 살려내는 과가 바로 심장내과입니다. 지난 20년간 심장내과 분야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갑작스런 심근경색증으로 병원에 와도 사망률이 높았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현저하게 낮아졌습니다. 우리 한양대학교구리병원만 해도 환자사망률이 1% 미만으로 크게 줄면서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전문의로서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요.”

그가 처음 전문의를 취득한 해에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된 40대 심부전증 여성 환자의 혈관을 찾아내 무사히 목숨을 구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여성 환자와 김순길 병원장은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지금껏 잊지 않고 찾아주시니 너무 감사하죠. 사실 의사는 수많은 환자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을 목격해야 하는지라 그리 좋은 직업은 아니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만…….”

이상하게 기뻤던 순간보다 가슴 아픈 기억이 오래 남고 또 그 아픔은 혼자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의사들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라 생각한다는 김순길 병원장. 무한 반복되는 ‘인생무상’의 현장을 통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늘 감사의 마음으로 현재에 충실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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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일들이 벌어지는 의료현장에 몸담고 있다 보면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지금의 평온한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물론 병원 식구들에게 ‘늘 감사하며 살고 차 조심, 길 조심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다들 웃어요. 젊은 친구들에게는 너무 진부한 잔소리로 느껴지겠죠.”

의과대학 시절, 혼란했던 시기에 자칫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던 상황에서 그가 무사히 전문의를 얻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고, 그 고마운 손길 덕분에 지금의 김순길 병원장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되었다는 그는 너무 평범해서 깨닫지 못하는 ‘늘 감사하며 살자’는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줄 수 있도록 그 자신이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말하곤 또 웃는다.

“이제 18살, 청년기를 맞은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은 일류병원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해가고 있는 중요한 시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개원과 더불어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 지금 명실상부한 경기동북부 지역의 랜드마크 병원으로서 내실 있는 발전을 해왔고, 앞으로 남양주 지역 별내 신도시의 개발을 맞아 본격적인 중흥기를 맞고 있는 만큼, 신관 증축 공사와 더불어 검진센터와 중환자실을 중점적으로 확대하면서 내부적인 진료체계는 물론 학문적으로도 손색 없는 우수한 대학병원을 목표로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오신 병원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두가 최선을 다해 멋진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글 이용규 / 사진 성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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