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원진녹색병원은 원진레이온 직업병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건립된 최초의 직업병전문 치료병원이다. 이제는 서울에도 녹색병원이 생겨 상당수의 직업병 환자들이 이관됐지만, 15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지역민들의 건강지킴이로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꼭 그 병원처럼 지긋하게 한양대학교병원과 인연을 맺고 있는 정일용 원장이 있다.

구리원진녹색병원

원진레이온 무료진료소에서 닿은 인연

구리원진녹색병원이 환자 하나하나를 위해 쏟는 정성은 병실마다 갖춰진 화장실과 휠체어 이동이 편리하도록 배려한 복도, 환자별 개인전용 사물함 등 병원 곳곳에서 드러난다. 환자들의 아픈 마음까지 보듬고자 하는 구리원진녹색병원의 어여쁜 마음일 것이다. 이곳은 현재 8명의 전문의들이 130여 병상을 책임지고 있는 구리의 대표적인 지역 종합병원이다.

“우리병원은 아시다시피 원진레이온 직업병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건립된 병원입니다. 원진직업병관리재단에 소속된 병원이죠. 재미있는 점은 재단에 있는 의사들이 한양대학교병원과 관련이 깊다는 거예요. 89년, 원진레이온이 이 지역에 있을 때 ‘구리진료소’가 생겼는데, 그 진료소에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다녔고, 저는 거기에 무료진료를 나온 의사였습니다.”

시침 뚝 떼고 말했지만 정일용 구리원진녹색병원 원장 역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출신이다. 그는 1980년대 원진레이온 직업병 사건이 붉어졌을 당시, 구리무료진료소에 봉사활동을 다니던 한양대학교병원의 의사였던 것. 그는 구리원진녹색병원과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연을 더듬으며 천진하게 웃었다.

원진레이온 직업병 인정 투쟁을 함께 하며 무료진료소에 봉사활동을 다니던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은 졸업 후 전문의 과정을 밟으며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원진재단이 직업병 환자들을 위한 전문병원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금 의기투합했다. 정 원장은 구리원진녹색병원에 가장 먼저 외과과장으로 투입된 초창기 멤버이다.

두 병원 의료진의 끈끈한 파트너십

정일용 원장“저희 병원 부원장님도 마산의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다 올라온 한양대학교 학생이었고 지금은 잠시 한양대학교병원에 연구하러 들어간 영상의학과 선생님도 같은 동아리 학생이었습니다. 그 외 상당수의 의료진과 재단 임원들이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과정을 밟았던 의사들이죠. 저희 구리원진녹색병원과 한양대학교병원, 인연이 참 재미있지 않나요?”

정 원장은 영락없이 추억을 길어올린 눈빛으로 아련하게 웃다가 바로 인근에 위치한 한양대학교구리병원과의 일화를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한양대학교구리병원이 처음 생겼을 때 치프 레지던트로 발령받았거든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환자가 많겠지만 그때는 주변에 종합병원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낮에는 수술하고, 밤에는 콜 받고, 그런 난리통이 없었습니다. 외과의사가 보통 20명 정도 되는데 그때는 저까지 3명의 스텝이 그 인원을 다 커버했으니, 말 다했죠.(웃음)”

한양대학교구리병원에 몸담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며 말로는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정 원장은 그 시절 인연을 맺은 의료진들이 아직도 구리원진녹색병원과 공생하고 있다며 웃음 짓는다.

중환자 케어가 어려운 2차 병원의 특성상 심장이나 뇌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은 빠른 치료를 위해 한양대학교구리병원으로 이송하는 반면, 장기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구리원진녹색병원으로 보내는 식이다. 정 원장이 수술에 어려움을 겪을 때는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교수진들이 직접 장비(?)를 챙겨 달려오기까지 한다고.

두 병원 의료진들이 이토록 끈끈하니 소통상의 문제는 없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일용 원장이 한양대학교구리병원에 바라는 점은 없을까?

“모교라서가 아니라 저는 최고의 병원이라 자부하며 한양대학교병원을 연결시켜드리는데, 환자분이 다른 병원을 찾으실 때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한가지입니다. 한양대학교의료원이 규모와 시설을 떠나 환자들에게 신뢰받는 병원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죠.”

글. 편집실 / 사진. 정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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