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만큼 커다란 축복이 또 있을까. 벌써 10여 년째, 한양대학교병원의 요청이 있으면 기꺼이 달려와 공연을 펼치고 있는 가수 남궁옥분 씨도 마찬가지. ‘환자들 심연에 난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으면 나의 음악적 가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그녀의 목소리가 유독 청아하게 빛나던 어느 날이다.

‘한양’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푸근해

7080 시절을 풍미했던 대표적인 포크가수 남궁옥분 씨가 한양대학교병원에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은 약 20년 전부터였다. 그녀는 여전히 고맙고 생생한 기억이라며 한양대학교병원과의 인연을 아끼는 사진첩 열어 보이듯 조심스레 공개했다.

“어머니가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지셨죠. 급한 차에 가까운 병원을 방문했는데, 의사들이 너무 불친절한 거예요. 얼마나 화가 나던지……, 마침 지인이 관련 분야에 있어 최고 권위는 한양대학교병원이라기에, 바로 병원을 옮겼죠.”

진정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심정을 이해하고 격려해주었던 한양대학교병원에 감동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남궁옥분 씨. 어머니를 하늘로 보낸 날에는 치료를 담당했던 의료진들이 직접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함께 눈물을 흘려주기도 했다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덕분에 어머니 가시는 길도 그리 외롭지 않으셨을 거예요. 당시 곁에서 제 어깨를 다독여 주셨던 선생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남궁옥분 씨는 한양대학교병원을 두고 ‘아프지만 더없이 그리운’ 이라는 표현을 썼다. “언젠가 한양대학교병원에 보답해야겠다, 하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동료가수이자 한양대학교병원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었던 현숙 씨가 ‘환우들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보자 제안하더군요. ‘그래, 이거다!’ 싶었어요.”

image더 많은 환자들을 위로하고파

한양대학교병원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공연이었지만, 오히려 얻은 것이 더 많다는 남궁옥분 씨. 그녀는 히트곡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를 듣고 오래도록 참아온 듯한 응어리를 한꺼번에 토해내던 50대 여자 환자를 떠올렸다.

“뇌수술을 하신 분이었어요. 별안간 저를 붙들고 주저앉아 정말 서럽게 오열하시더라고요. 어머니 생각도 나고 그 처절한 속내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마이크를 잡은 채로 꼭 안아 드렸습니다.”

긴 세월 노래와 더불어 숨 쉬었지만, 환자들 앞에서만큼 ‘음악의 힘’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고. 그때마다 새삼 ‘음악인이어서 행복하다’ 깨닫는다는 남궁옥분 씨의 공연 철학은 바로 ‘긍정’이었다.

“암 환우를 위한 콘서트에서 공연할 때였어요. 유방암 수술을 하신 중년 환자분이 무기력하게 앉아 계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비록 가슴 하난 잃었지만, 생명은 얻으셨잖아요. 때문에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이고요. 잊지 마세요.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고 위대합니다.’ 라고 얘기했죠.”

무대가 끝나자, 환자는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와 따스한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고 등을 보였다. 공연 내내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렸을, 귤 한 개였다. 순간 남궁옥분 씨는 그만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단다.

“환자들 사이에서 방방 뛰어가며 노래 부르는 것이 가끔씩 죄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건강한 에너지가 그분들의 삶에 미미하나마 ‘희망’이 된다면 잠깐의 부끄러움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온 힘을 다해 병원 공연에 임해야죠.”

남궁옥분 씨는 병원이라고 해서 언제나 심각하고 침체된 분위기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반문하기도 하였다. 요컨대 환자들을 위한 공연장 구축 및 문화 확립이 병원들마다 적극 이루어졌으면 한다는 것. 그러한 측면에서 한양대학교병원은 선두적인 위치에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양대학교병원은 마치 집 같아요. 익숙하고 편안한……. 아마 의료진들의 변함없는 배려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겠죠(웃음).”
남궁옥분 씨는 환자들이 추위를 모르고 지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진심이 감격스럽기라도 한 듯, 그녀의 표정에 아늑한 노을 빛이 가지런하게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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