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이 1975년 독일 본(Bonn)과 하노버(Hannover) 대학에서 간이식 외과와 연수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한양대학교병원과 함께 해온 이광수 명예교수는 한국간담췌외과학회 회장을 맡았을 만큼 그 분야에 최고 권위자다. 때문에 화려한 정년퇴임식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존에 없었던 가장 조촐한 퇴임식과 더불어 기부로 마무리를 해 아름다운 본보기를 남겼다.

image

가장 아름답고 조촐한 퇴임식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환자를 진료했어요. 그리고 모든 진료가 끝난 저녁에 조촐한 퇴임식을 가졌지요. 늘 가져왔던 생각대로 했을 뿐이에요.”

2010년 8월 2일은 이광수 교수가 마지막 환자를 보내고 진료실을 나선 날이다. 의사로서의 모든 열정을 쏟은 곳, 그 깊은 의미가 새겨진 곳에서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기억에서는 심장이 따뜻하게 일렁이고, 또 어떤 기억에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아쉬움이 슬쩍 고개를 든다.

“각자의 생각이 각각 다르듯 나는 내 퇴임식이 조촐하기를 바랐어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거나 만류했지만 내 생각은 변치 않았어요.”

대부분의 경우 말은 그래도 막상 상황과 부딪치면 어쩔 수 없이 생각의 전환을 하지만, 이광수 교수는 마음에 품은 소신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그래서 멋진 퇴임식 제안을 해준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모두들 이해해 줘 고마웠다. 또 기존에 보지 못했던 퇴임식에 참석한 이들은 걱정과 달리 그 조촐함 속에서 배어 나오는 특별한 분위기를 특별하게 여겼다. 간소한 음식, 수십 년 간 한 길을 걸어오며 맺었던 가까운 인연들이 전부인 가장 소박하면서 가장 아름다웠던 퇴임식으로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소신을 갖고 일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소신대로 일을 마무리하기란 어려운 법. 그런 의미에서 이광수 교수의 마지막 날은 누구에게나 깊은 인상을 남겼다.

후배들을 위한 그리고 숨기고 싶었던 기부

이광수 교수는 정년퇴임을 하면서 교실발전기금으로 5천 3백만 원을 기부했는데, 내심 조용히 넘어가기를 원했다. 그런데 그것을 세상에 알리겠다니 마음이 영 편치 않아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었다. 그럼에도 허락한 것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한양대학교병원 관계자들의 청을 끝까지 내치기가 어려워서기도 했고, 또 알려져서 더 큰일을 이루는 도화선이 된다면 좋은 일이겠다 싶어서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민망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가족 중의 특히 아내가 선뜻 허락해줘서 더욱 기분 좋게 기부할 수가 있었어요. 앞서도 말했듯이 이번 기부가 계기가 되어 후배 의사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해요.” 이광수 교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많은 후배 의사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 그러다 보니 자연이 신경을 많이 쓰게 되고 그 해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염려한다. 혼자 힘으로 풀 수 없는 과제인 만큼 ‘기부’ 로 고민을 해결해 보자는 것이었다.

누군가 먼저 나서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또 그 뒤를 이어 누군가 더 크고 좋은 생각을 해 준다면 큰 보탬이 되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광수 교수의 퇴임식이 아름다웠던 것은 이처럼 아름다운 기부가 있어서였기도 하다.

말은 행위의 담보

“독일에서 연수를 할 때였어요. 내가 어떤 의견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떤 친구가 묻는 거예요. “그것이 너의 말이냐”고 말입니다. 무슨 뜻인가 물었더니 기존의 지식을 옮겨왔을 때는 그 출처를 분명해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 이후 나는 그 구분을 정확이 구분해 왔어요.”

image기본과 정확성을 중요시 여기는 이광수 교수는 ‘말은 행위의 담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변하지 않는 소신이며, 독일 연수 이후 계속해서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그 소신은 두터운 신뢰와 퇴임식을 청렴하게 치를 수 있게 한 바탕이 되었으며, 퇴직 후에도 큰 뒷심이 되어 줄 것으로 믿는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나를 필요로 한 곳에서 나눔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것이 내 퇴임 후 작은 꿈이에요.”

말이 곧 삶이 되는 이광수 교수는 지금은 비워진 시간이며, 그 비워진 시간 속에 무엇을 담을까 세심하게 고민 중이다. 그리고 자신과 세상이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그 무엇을 위해 꿈을 꾸는 요즘이 행복하다.

글/손미경 자유기고가 사진/김선재

[아름다운 실천] 한양대학교의료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나눔 실천’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616 total views, 2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