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겨울바다가 보고 싶다고 느끼는 것은 흔들리는 청춘들뿐만이 아니다. 세상사에 시달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끔 숨통 트여줄 바다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마음을 다독일 시간이 필요한 법. 혼자라도 좋고, 길동무와 함께해도 좋을 우리 모두의 겨울바다로 가보자.

입선 김완기 다도해일출

잔잔한 겨울바다가 이웃한 길

수륙쪽빛으로 반짝이는 잔잔한 겨울바다와 아늑한 항구를 품은 통영 바닷가 산책로는 곳곳에 작은 해수욕장과 자연이 만들어낸 기암절벽을 숨겨놓은 보물 같은 길이다. 경사가 없고, 탁트인 바다를 걷는 내내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동양의 나폴리라는 통영의 아름다움을 체감할 수 있다.

출발지는 도남동 마리나리조트이다. 리조트와 인접한 바다에는 돛을 단 작은 배들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두둥실 떠 있다. 통영에도 강구안이나 동피랑 길 등 많은 산책로가 있지만 이곳부터 반환 지점인 산양읍을 돌아오는 길을 일컬어 통영 사람들은 ‘삼칭이 해안로’ 혹은 ‘수륙 일운 해안도로’라고 부른다.

리조트 앞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통영이라는 여행지 안에서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겨울바다가 안내하는 고요한 힐링의 시간으로.

자연이 그린 풍경화

바다와 벗삼아 걷다 보면 갯바위에 나무들이 자란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굽은 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자연이 오랜 세월 갈고 닦은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먼바다에는 비진도와 매물도, 추도로 향하는 여객선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가까이 왔다가 유유히 멀어져 간다. 조금 더 가면 작은 모래사장이 나온다. 의자가 놓인 쉼터 위 계단에 올라서면 길과 바다를 한 눈에 넣고 감상할 수 있다. 길은 산기슭을 따라 이어지다가 먼 산모퉁 이를 돌아서면서 보이지 않는다.

산모퉁이를 돌아 발걸음을 옮기면 이 길에 있는 유일한 해수욕장, 통영 공설 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안선이 약 550m 가량 이어지는데 잠시 앉아 쉬어가도 좋다.

소생의 힘을 주는 길

길은 그렇게 바다를 왼쪽에 두고 계속해서 이어진다. 바다로 길게 뻗은 작은 다리는 감섬돔이 많이 잡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등대낚시공원’이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사람들을 더러 볼 수 있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갑자기 눈 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나타난다. 그 바위를 지나면 거대한 절벽과 동굴이 있는 광장이 나온다. 이번 걷기 여행의 반환점이다. 통영 바닷가 산책로는 내내 바다와 길이 연해 우리가 마음속에 그린 바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길이다.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 겨울, 앓던 시름은 모두 던져버리고, ‘다시 살아보자’는 소생의 힘을 길어 올려 줄 통영 바닷가 산책로로 떠나보자.

즐길거리

1. 박경리기념관2. 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3. 충무김밥
박경리기념관26년간 집필된 대하소설 토지의 친필본을 만날 수 있는 곳. 2010년 5월 5일 한국문학의 대문호 박경리 선생이 세상을 떠난지 2년이 지난 후 ‘박경리기념관’이 통영시 산양읍에 문을 열었다. 커다란 통유리를 통해 통영의 바다를 바라볼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 이 기념관은 입구에서부터 작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고인의 대표작인 ‘토지’ 친필원고와 여권, 편지 등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캐이블카_즐길거리한려수도 조망케이블카는 길이 1,975m로 관광용으로는 국내 최장의 길이를 자랑한다. 친환경적인 데크를 이용해 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으며 보석 같은 섬들로 수놓아진 형언할 수 없는 쪽빛 바다의 장관도 느껴볼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왼쪽부터 거제대교를 시작으로 통영항이 한눈에 들어오고, 통영앞바다의 섬들을 파노라마처럼 둘러 볼 수 있다.
충무김밥먼 뱃길, 김밥이 쉬지 않도록 밥과 반찬을 따로 싸 팔던 것에서 유래된 충무김밥은 과거 통영의 지명이었던 ‘충무’가 붙어 충무김밥이 됐다. 한 입 크기의 김밥에 새콤하게 익힌 무김치와 매콤한 오징어무침, 어묵볶음을 곁들여 먹는 것이 정석. 통영에서는 너도나도 ‘원조’라고 내걸었지만 사실 어딜 가나 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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