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을 건너 가을을 만나다

한낮의 태양이 조금씩 수굿해지는 이즈음은 차분하게 마음을 다독이며 걷기에 좋은 시간이다.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청평사길은 울창한 숲과 계곡이 어우러져 있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유유히 가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걷고싶은길_청평사길

계곡과 나란하게 이어지는 길

춘천역에서 내려 소양댐까지 가는 버스를 타면 아기자기한 소도시 춘천을 달린다. 목적지는 청평사. 소양댐 버스종점이 청평사길의 출발지인 동시에 도착점이다. 청평사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소양댐 선착장으로 가면 드넓은 소양호를 볼 수 있다. 드넓고 푸른 호수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갑갑했던 가슴은 뻥 뚫린다. 배는 느리게 물을 가르며 청평사 선착장에 도착한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물 위를 달리는 기분은 청평사길 여행의 또 다른 묘미이다.

청평사길 초입은 식당거리다. 조용한 산길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다소 실망할 수 있으나 내려오는 길에서 출출한 배를 채워줄 맛난 음식 또한 여행의 도락이 아니던가. 식당거리를 벗어나면서 길은 계곡과 만난다. 여기부터 물길은 땅 길과 나란하게 이어져 여행자들의 동행이 되어준다. 걷다가 힘이 들면 계곡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가을을 입은 산길을 걷다 보면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 폭포에 다다른다. 작은 폭포 위에는 또 다른 폭포가 있다. 위의 폭포가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는 ‘구성폭포’, 아래는 ‘쌍폭’으로 불린다. 옛 문헌에는 이 둘을 일컬어 ‘형제폭포’, ‘이단폭포’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 아래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푸른 웅덩이가 있다. 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눈을 감으면 폭포가 가슴속까지 씻어주는 기분이다.

소담하고 아름다운 절, 청평사

청평사폭포를 지나면 반환점인 청평사가 나온다. 고려시대의 절인 이곳은 광종 24년(973)에 영현선사가 창건하여 백암선원이라 이름하였다가 문종 22년(1068) 이의가 춘주도 감찰사가 되어 이 절을 중건하고 보현원이라 하였다. 후에 이자현이 중수하여 문수원이라 부르기도 했다.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회전문’은 보물 164호로 지정됐다. 회전문으로 들어서기 전 계단에 서서 두 그루의 큰 나무 사이로 보이는 절의 모습이 소담하고 아름답다.

청평사길 코스는 소양댐 버스종점에서 청평사까지 왕복 5km정도로 이따금씩 쉬어가며 걸어도 족히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뱃길로 시작해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그리 높지 않지만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걷는 이들에게 자연의 품으로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하는 곳이다. 깊은 골짜기는 아니지만 숲이 울창하고, 장대하진 않지만 폭포까지 볼 수 있는 청평사길은 누구나 쉽게 올라 발 담그고, 깊은 숲의 향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친구같은 곳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고 호젓하게 가을을 맞이하고 싶다면, 강원도 춘천 청평사길을 걸어보자.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걷는다면 더없이 좋겠다.

강원도 춘천 청평사 – 강원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674

남춘천역에서 내려 소양댐까지 가는 12-1, 11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하차한다. 종점에서 출발해 청평사를 왕복하는 총 거리는 5km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볼거리 1 - 구성폭포볼거리 2 - 물안마을볼거리 3 - 소양댐
볼거리1_구성폭포청평사를 향해 오르다 보면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는 구성폭포가 있다. 높이 7m의 폭포로 이 폭포의 줄기에는 크고 작은 3개의 폭포가 있고, 당나라 공주와 뱀의 사랑이 담긴 전설이 전해진다. 중국 원나라 순제(順帝)는 상사뱀이 붙어 고생을 하던 공주가 청평사에 와서 공을 들이자 상사뱀이 떨어져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공주 탑을 지었다. 공주가 기거하던 굴은 공주굴, 목욕재계하던 곳은 공주탕이 되었다.
볼거리1_물안마을2002년 농림부로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된 물안마을은 민박과 주말농장, 야생화 단지, 두릅농장, 디딜방아, 토종동물농장, 낚시터, 계곡 자전거 하이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박한 인정과 농촌의 풍경 등 우리의 전형적인 고향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마을주민들이 정성으로 지은 깨끗하고 싱싱한 농산물은 물안마을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더없이 좋은 먹거리가 된다.
볼거리1_소양댐높이 123m, 길이 530m, 담수량 29억톤, 일일 발전량 20만kW로써 동양 최대의 사력댐으로 알려져 있다. 소양댐의 축조로 만들어진 소양호는 드넓은 위용에 걸맞게 ‘내륙의 바다’라 불려지고 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고려시대 사찰인 청평사, 그리고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오봉산이 있어 하루 코스의 나들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글. 편집실 사진제공. 청평사, 춘천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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