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죽음으로 화제가 된 우울증

스페셜테마2일반인보다 연예인에게 더 많은 이유

우리나라 자살률에 대한 통계는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의외다. 2010년 조사된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국가 중 최고이면 세계 최고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전체 사망원인의 31.2%가 자살이었다고 한다. 1만556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게다가 33분마다 1명씩 죽었다는 사실(계산하면 하루에 42.6명이 자살로 사망한다는 말이다.)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내 우울증의 질병부담과 치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생 한번이라도 우울증을 앓은 사람이 전체인구의 5.6%(약 200만명)에 달한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우리나라 인구수 4위의 도시가 대구이고, 이곳의 인구가 235만이니 모아 놓으면 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우울증에 걸린적이 있거나 현재 앓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우울증 환자 10명 중 8명은 치료받지 않아

그렇다면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약반수에 달하는 1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인구수 7위의 울산시 인구와 맞먹는다). 보험심사평가원에서 항우울제의 처방건수가 너무 많아서 보험재정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비교할 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아서 꾸준히 치료 받는 환자는 100만명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85%의 절대 다수의 우울증 환자는 치료를 받고 있지 않는 것이다. 위 연구에 참여한 국내 정신의학 역학연구의 권위자는 “국내
자살기도자의 60~72%, 자살사망자의 80%가 정신질환을 지니고 있었고, 그 중에는 우울증이나 알코올 남용 환자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살기도자는 치료가 필요한 의학적상태의 ‘환자’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2011년 ‘자살예방 전문교육 강사 양성 워크샵’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자살자의 76%가 자살시도 한 달 전에 의사를 찾는다고 한다. 자살에 이르게 하는 압도적인 원인질환 1위가우울증인 것으로 미루어 보면, 의사 앞에 출두한 우울증 환자는 대다수 이미 자살결심을 한 환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살 생각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자살을 많이 할까, 아니면 오히려 자살위험성이 낮은 편에 속할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수 차례 주변 사람들에게 최후통첩을 한다. 마지막 희망을 실어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심상치 않은 낌새를 챈 주변인의 존재는 생명을 구하는 일을 가능하게한다.

화려한 연예인의 어두운 이면

그렇다면 누구보다 화려한 인생을 사는 것 같은, 그래서 우울한 시간도 없을 것 같은 연예인은 어떨까? 우울증이 어떤 사람에게 더 많은지는 알 수 없지만, 직업적 특성으로 그럴 듯한 추측이 가능하다.

연예인은 직업상 점차 유명해지고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면서인간관계의 질적 변화를 겪는다. 친구는 줄어가고 팬들은 늘어간다. 팬들은 일방적이다. 관심을 달라고 아우성 치고 스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일방통행이다. 스타를우러러 보고 한마디 말에 울고 웃는 대중 앞에서 연예인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연예인으로서 대중을 위해지치지 말고 움직이고 깨어있어야 한다는 무거운 중압감도 더해진다.

병원에 찾아가기는 어떨까? 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과명 개정도 했고 꾸준한 홍보와 교육수준의 향상으로 문턱이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연예인들에게도 그럴까? 의사가 연예인의 삶을 쉽게 이해할지, 자신을 유명인이 아닌 환자로 봐줄지등의 고민을 한 번 더 하게 될 것이다.

자살은 모두가 알고, 이유는 아무도 몰라

일반인보다 연예인에게 우울증이 더 많은지, 자살률이 더 높은지는 알 수 없다. 하늘의 별에 비유되는 그토록 특별한 사람들에게 통계숫자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지만 우울증을앓고 있는 연예인은 참 위태로운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유명인을 소재로 삼는 매스컴의 속성과 연예가를 순찰하는기자들로 인해 연예인의 자살은 크게 알려지고 보도된다.

하지만 자살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중의 입장에서보면 당연히 스타의 내적인 면면을 알 수 없어 그렇다지만,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들은 그만큼 외로웠다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자살한 연예인들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통해 우울증과 자살의 상관관계를 알게 되었고, 정신질환에 대한 경각심도 갖게 되었다.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울하고 부정적인 사고 때문이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동’은 생존하려는 본능을 꺾는 예측할 수 없는 ‘충동성’에서 기인한다. 자살 충동은 아주 짧은시간 동안 사고를 지배할 뿐, 죽음을 결심하기 전에는 주변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점을 알아두자.

우리가 주변에서 이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면 소중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것이다. 문제는 연예인과 같이 외롭고 터 놓고 대화할 수 없는사람, 진료실에 들어오기 힘든 사람들이다.

최준호 교수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글. 최준호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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