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깜빡, 혹시 나도 치매?

디지털치매증후군

image얼마 전 외래 진료를 보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수애라는 여자주인공이 조기 치매 환자의 역할을 맡아 사랑이야기를 그려가는 ‘천일의 약속’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었던 즈음이었다. 30대 중반의 여성이 자신이 치매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진료를 받으러 왔었다.

낮아지는 기억력과 집중력

그 여성이 호소하는 주 증상은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나지 않아 곤경에 처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세히 물어보니 작년까지는 남편의 생일도 잘 기억했었는데 올 해는 잊어버려 남편에게 미안한 일도 있었고 직장에서 회식을 할 때 예전에는 노래 가사를 잘 외워서 불렀는데 이제는 가사를 보지 않으면 부를 수가 없다고 하였다. 또한, 아주 가끔이지만 중요한 물건들을 방금 사용하고 난 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려 찾아 헤매었던 때가 있었다고 하였다. 증상만 보면 치매를 의심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이 여성에 대한 뇌자기공명영상 검사 및 신경인지기능검사 등을 시행하였다. 결과는 지극히 정상이었고 이를 설명해 주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겪었던 증상들은 무엇에 의한 것인지 물었다. 나도 이 여성이 겪었던 증상들의 원인이 궁금하여 좀 더 자세한 문진을 시작하였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생활습관

이 여성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평소 업무가 많아 무척 바쁘다고 하였다. 따라서, 각종 디지털 장비들을 이용하고 있으며, 일정이나 전화번호 등을 따로 기록하거나 외우던 습관이 없어졌고 스마트폰이나 타블렛 컴퓨터 등에 저장을 해놓는다고 하였다. 매번 저장하고 자주 확인하지만 간혹 저장을 잊어버리거나 확인을 하지 못한 경우가 있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그런 경우들이라고 하였다. 어쩌다 스마트폰이나 타블렛 컴퓨터를 집에 놔두고 온 날이면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지는 않았나 하며 불안하고 안절부절 했다고 하였다. 사실 나도 똑같은 경험이 있었기에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경우를 디지털 치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치매는 뇌의 병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분명 병이 아니고 진행하는 증상도 아니다. 다만, 현대인들의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디지털 기기들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그만큼 뇌를 덜 사용하기에 생겨나는 사회적 현상이 나은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국립 국어원에 신어로 등재될 만큼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연구나 조사가 된 적은 별로 없다. 그나마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대인들이 디지털 기기에 지나
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하거나 계산하는 습관이 없어지고 그로 인해 더욱 기억하거나 계산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디지털치매 예방 3박자 메모, 운동, 휴식

디지털 치매가 나중에 진짜 치매로 발전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억하고 계산하는 습관이 뇌기능의 향상 및 유지에 도움이 되고 이런 습관을 게을리하면 나중에 치매가 발생할 위험률을 높일 가능성은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마치 운동을 하지 않고 편히 쉬기만 하면 근육의 힘이 없어지고 근육이 마르면서 나중에 정작 운동을 해야 할 때 잘 할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디지털 치매 더 나아가 진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에서 규칙적인 운동이 치매 발병률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머리를 많이 쓰고, 적극적으로 사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암기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밖에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고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비만이나 심장병 등도 좋지 않으므로 조기에 치료받아야 하며 담배, 과음 및 지나친 카페인 섭취 등은 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디지털 치매는 분명 병이 아니지만 이에 대한 장기적인 방치는 분명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고성호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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